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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케냐로 갔던 英돼지, 바이러스로 돌아와

등록일 : 2019-10-24

조회 : 47

경기 파주시에는 임진강을 끼고 북쪽으로 뻗은 자유로가 있습니다. 어느 날 업무로 이 도로를 지나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다른 길로 빠지자 앞선 자동차들이 오도 가도 못 하고 길게 줄을 서 있더군요. 먼발치에서 방역 소독으로 하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 유리창에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뿌렸고 액체가 흘러내린 흐릿한 창밖으로 흰색 패널 위에 붉은색 글씨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작업'이란 문구가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처럼 조만간 이 상황이 진화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 기대하고 있죠.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SFV)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미미한 증상을 일으키는 유형도 있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입니다.

과학에서는 될 수 있으면 100%라는 완벽한 수치를 사용하지 않는데, 이번 유형은 감염되면 예외 없이 전부 사망하기에 100%를 씁니다. 그래서 돼지사육농가의 긴장감은 이전과 사뭇 다릅니다.

ASFV가 왜 이리 지독할까요.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를 기억할 겁니다. 당시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들이 꽤 희생됐죠. 신종플루는 대상 세포가 면역세포였습니다. 면역세포는 외부 침입자를 발견하면 세포 간 신호를 보내 항체를 생산하거나 감염된 세포가 자살하게 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면역세포 간 통신 기능을 교란하고 자연적 사멸 기능도 방해합니다. 숙주를 살려야 자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통신의 매개는 전기신호가 아닌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 이름을 따와 숙주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해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 불렀죠. 말 그대로 방어 체계가 좋은 숙주가 도리어 불리합니다. 이 폭풍으로 건강하던 사람들도 희생됐습니다.

그런데 ASFV도 신종플루와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말 그대로 돼지 생태계에 폭풍이 부는 거죠. 그렇다면 조속히 백신을 만들면 되지 않냐고 합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ASFV는 염기 서열이 20만개에 가깝고 유전자 개수도 160개가 넘는 큰 바이러스입니다. 유전체가 많으면 변종이 많아 백신 제조가 어려울뿐더러 대형 바이러스가 어떤 수용체를 인식해 세포에 붙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걸 방해하는 방법의 치료를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기사 전체 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277&aid=0004558639&fbclid=IwAR14ZMUPtt_oxhDSfSkTVU-0SzT0yPmz4LWD_b3MEOLBfXphCMN7hmkRF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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