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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의 나노융합스쿨

빛의 반사와 빛 기둥

등록일 :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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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넘어갈 무렵의 아름다운 석양, 불그스름한 태양 위로 치솟는 빛의 기둥을 본 적이 있는가? 러시아나 북유럽 3국처럼 추운 지방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 현상은 흔히 ‘빛 기둥(light pillar’)이라 불린다. 이는 대기 중 떠 있는 얼음 결정에 햇빛이 반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빛은 물체를 만나면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입사된 빛의 일부를 반사한다.반사광을 인지함으로써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고 구별할 수 있다. 물체는 구성 원자의 종류와 결합 방식에 따라 특정 파장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대역이 존재한다. 구성 성분에 따라 물체마다 흡수하고 반사하는 파장 대역이 달라지기 때문에 물체는 색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노란 바나나의 경우 파란색 빛을 흡수하는 흡수 대역이 있기 때문에 주로 녹색과 빨간색 빛을 반사시키고 이 반사광은 우리 눈에 노란색으로 인지된다. 유리와 같은 투명한 물체는 흡수 파장이 자외선 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시광선은 통과시키지만 자외선은 흡수해 차단한다.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패턴은 표면의 상태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거울이나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은 정반사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빛이 입사하는 각도와 동일한 각도로 반사된다. 이 경우 물체와 똑같은 모습의 상을 반사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A4 용지처럼 매우 거친 표면 위에 빛이 입사하면 입사 각도에 무관하게 사방으로 퍼지는 반사 패턴을 보인다. 이런 반사를 완전확산반사 혹은 람버시안(Lambertian) 반사라 부른다. 이 경우 물체의 형상이나 세기에 대한 정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빛을 람버시안으로 반사시키는 표면은 우리가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나 모두 동일한 밝기로 보인다. 표면 처리를 하지 않은 원목의 표면이나 달의 표면이 람버시안 반사의 또 다른 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보는 많은 물체들의 반사 패턴은 정반사와 완전 확산 반사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즉 반사광의 패턴에 정반사의 성분과 확산반사의 성분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입사광을 보내는 물체의 형상이 흐려진 형태로 희미하게 보인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날 호수의 물은 주위 배경을 깨끗하게 비춰주는 정반사 표면으로 기능을 하지만 바람으로 잔물결이 일면 빛이 조금씩 흩어지면서 물에 비친 배경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다시 빛 기둥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기 속에서 수증기가 응결해 얼음 결정을 만들 때는 물 분자의 특이한 형상과 수소 결합에 의해 육각형의 기둥이나 판상으로 자란다고 한다. 이 얼음결정들이 햇빛을 만나면 해무리나 환일, 채운과 같은 아름다운 대기 현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차가운 대기 속에 얇은 판상의 얼음 결정들이 편대 비행하듯 나란히 떠 있게 되면 결정의 위아래 표면은 훌륭한 거울면으로 작용한다.

지형선 뒤로 넘어가기 전 수평으로 직진하며 대기를 통과하는 햇빛을 상상해 보자. 대기 중에서 떠 있는 판상 결정이 완벽히 수평을 유지한다면 햇빛의 입장에서 위아래 표면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조금씩 기울어지는 판상 얼음은 햇빛에게 아랫면을 내어주기도 한다. 그때 아랫면을 맞고 반사되는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올 것이다. 눈에 입사되는 빛의 고도는 판상 얼음이 더 기울수록 높아지게 된다. 얼음 결정은 대기 중에서 다양한 각도로 흔들릴 것이기 때문에 반사되는 빛의 각도도 다양하다. 석양을 바라보고 있을 때 태양 위 다양한 고도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무리를 우리는 빛의 기둥으로 느끼게 된다.

판상 결정의 위에 부딪히며 반사되는 빛은 어떻게 될까?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에 이 빛을 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볼 때 가끔 보이는 영일(映日, subsun) 이라는 현상이 있다. 구름 속에 판상 결정들이 수평을 유지하고 있을 때 이들의 표면이 창공의 해로부터 내리쬐는 빛을 반사하면 우리 눈에는 타원형의 길쭉한 반사광이 보이게 된다.

구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들이 모여 있는 변화무쌍한 존재이자 신비로운 광학 현상들을 연출하는 뛰어난 감독이다. 이제 아름다운 석양을 보더라도, 비행기에서 구름을 내려보더라도 그저 무심히 보지는 말자. 수백만, 수천만 개의 얼음 결정들이 조화롭게 협력해서 만드는 의외의 선물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mail@newstower.co.kr

기사원본: http://www.newstow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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