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혈거유지(春天穴居遺址)
신석기시대
한림대학교 교내 일송아트홀 뒤 소운동장과 봉의산 사이의 작은 길로 들어가면, 왼편에 유리창과 철창으로 막혀있는 동굴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현재까지 발견된 선사시대 동굴 중 유일한 인공 동굴인 춘천혈거유지입니다.
발견 당시 지명地名을 따서 ‘교동 동굴’로도 불리는 이 동굴은, 1962년 10월 6일 옛 성심여자대학에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봉의산 사면을 깎는 공사 중에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날 곧바로 보도되었고, 8일에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김원룡 교수가 현장을 방문하여 탐문, 수습조사를 시작했지만,
이미 동굴유적은 공사로 훼손된 상태로, 최초 발견 당시 유적의 발견 경위와 유물, 인골의 출토 경위 등 많은 것들을 공사 인부들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인부의 말에 의하면, 동굴 안을 살펴보자 세 구의 유골이 발을 맞대고 정확히 세 방향으로 정갈하게 누워있었고, 유골 밑의 고운 흙을 30cm 정도 걷어내니 토기, 석기 등의 유물과 함께 불피운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유골의 누운 모양을 보면 일종의 장례 흔적이 분명한데 불을 피운 주거 흔적이 함께 나오고 있어, 거주용으로 동굴을 사용했다가 이후에 시신을 매장한 무덤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바닥이 납작하고 입술 부분에만 문양을 새긴 토기들과 함께 석기 중 낚싯줄과 바늘 끝을 연결해 주는 바늘허리 역할의 결합식어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유물은 고성 문암리와 양양 오산리 등 동해안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사하여 당시 동해안에서 살던 인류가 태백산맥을 넘어 이주해 온 증거로 보기도 합니다.
비록 공사 중 우연하게 발견되어 정식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계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중요한 고고·역사적 가치를 지닌 신석기시대 유적으로, 우리 학교 한편에 잠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