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내 노인보호구역이 시니어 보행자가 많은 곳에는 없고 인적이 거의 없는 곳에 설치되는 등 관리 부실로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은 교통약자인 노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실시됐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에서 운전자는 시속 30km이상으로 속도를 올릴 수 없고, 주정차 등도 제한된다. 춘천시도 노인보호구역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9년부터 보호구역을 지정해 노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약사명동 풍물시장 인근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에서 노인이 보행을 하는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유동 인구가 많은 약사명동 풍물시장 인근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 기자는 5월 22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구역 내 한 횡단보도를 관찰한 결과 101명의 노인이 보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해당 지역에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막기 위해, 주정차 단속 차량도 한 차례 돌아다니는 등 쾌적한 도로 환경 조성을 위한 시 행정 활동이 정상 가동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 풍경이 다 이 풍물시장과 같은 것은 아니다.
5월 6일 오후 2시 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조양리의 한 노인보호구역에서 보행자 동향을 살핀 결과, 단 4명만이 길을 오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틀 후인 8일 신북읍 지내고탄로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을 살폈을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전 11시 10분부터 12시 10분까지 보행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 20분부터 1시 20분, 1시 25분부터 2시 25분까지 신북읍 지내리에 위치한 두 곳의 보호구역을 살펴봤을 때도 보행자는 각각 1명과 2명이 전부였다.
▲신북읍 지내고탄로에 위치한 노인보호구역. 보행자가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이 지역에서 50년 동안 마트를 운영 중인 김모(80)씨는 "이쪽 길에 사람은 잘 안 걸어 다닌다"며 "노인들도 대부분 차로 이동하고, 농사일도 있어서 이쪽 길은 안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도로 위에 큰 글씨로 적힌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무색해 보였다.
5월 20일 오후 3시 35분경 방문한 동면 가락재로의 한 노인보호구역은 한 시간을 지켜 봤음에도 보행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경, 동면 상걸리의 한 노인보호구역에서도 보행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면 가락재로의 노인보호구역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박희원(81)씨는 "하루에 2~3명 지나가면 많은 것"이라며 보행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보호구역 내 시설의 미흡함도 지적했다. "보행로가 길을 따라 계속 이어져 있지 않아 보행 자체가 불편하다"며 "때문에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이동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보호구역 내 보행로는 일부분에만 설치돼 있었다. 더욱이 버스정류장이 있음에도 보행로가 연결돼 있지 않아,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차도를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노인보호구역에 노인이 걸어다닐 보행로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셈이다.
▲동면 가락재로의 노인보호구역. 횡단보도가 무색하게 보행로는 설치되지 않은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인적이 없는 곳의 '노인보호구역'과는 달리, 사고다발 지역에서는 오히려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안 된 곳도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12시 25분에 방문한 효자동 강원향군회관 인근 도로는 보행자 사고 다발 구역이다. 한 시간 동안 이 곳의 보행자 수를 확인한 결과, 총 91명이 지나갔고, 이 중 노인은 33명에 달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55분에 방문한 이마트 춘천점 인근 도로는 총 보행자가 196명, 이 중 노인은 73명에 달했다. 한 시간 지켜본 데 따른 수치이지만 노인 보행자가 36~37%에 달하지만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춘천점 인근에서 노인 보행자 두 명이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 안디모데 기자
덧붙이는 글 | 000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